2025. 08. 31 (일)

시니어처럼 보이고 싶은 주니어 - 인지적 편향 부수기 (2)

전문가란

지금의 나에게는 전문가에 대한 로망이 있고,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전문가’의 정의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넘어 ‘일을 아주 잘하는 사람’이다.

전문가의 단계

전문가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봤을 때 여러 관점이 있다. 그중 시간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전문가가 되려면 누구나 초보의 시절을 지나 중급자(또는 사람에 따라 숙련자)를 거쳐 고수가 된다. 고수를 넘어 초고수, 경지의 달인을 도달하는 것은 어느 정도 재능이 받쳐줘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지금까지 흡수한 정보들을 봤을 때 고수는 노력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회사에서는 초보자를 신입 또는 주니어라고 부르고 다음은 시니어, 그다음은 Principal 같은 호칭으로 불린다.

시니어와 주니어

몇 년 차부터 시니어?

아직 직장생활은 4년차(정확하게는 3년 6개월)인 나의 관심사는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넘어가는 단계이다. 그렇다면 나는 주니어일까 시니어일까? 직장 생활 몇 년 차까지 주니어이고 몇 년 차부터 시니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자료마다 상이하지만 7년을 넘으면 시니어라 하기도 하고 6-8년 차가 대리 직급을 단다고 하니 (대기업을 다녀보진 않아서 잘 모르지만) 대략 7년을 이하면 시니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나는 겉멋 든 주니어?

나는 그전까지 3년 차만 되어도 시니어 못해도 5년 차는 무조건 시니어라고 무의식중에 상기했었다. 그런데 3년 차를 넘긴 나를 돌아봤을 때 나는 여전히 시니어 같지 않았고, 부족한 모습이 느껴질 때마다 성장에 대한 니즈가 커졌다. 그런데 최근에 GPT에 로스팅해달라 했더니 나는 “주니어인데 시니어처럼 보이고 싶은 욕심쟁이 그 자체”라고 했고 너무 정곡을 찌르는 말이어서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반박을 할 수 없는 평가였다. 그것이 시니어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왜 시니어가 빨리 되고 싶을까?

왜 그럴지 생각해 봤을 때 나는 내가 오늘이라도 당장 사고나 병에 걸려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다. 그 원인으로는 가장 가까운 가족의 죽음이 크게 작용했었다. 통계적으로는 나이와 죽을 확률은 비례하지만 그렇다고 나이가 적다고 그 확률이 0은 아니고, 특히 주변 사람을 통해서 경험하게 되면 그 확률이 체감상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 전문 용어로 가용성 휴리스틱(머릿속에 바로 떠오르는 것)과 정서 휴리스틱(감정) 등이 작용한다고 말하면 될까? _ GPT에 친밀도 관련 편향을 물어봤다. 그러니

전문가가 되고 싶지만, 내일이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나는, 무언가를 지금 당장 이뤄여야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성장에 필요한 측정을 제대로 하지 않고 그저 ‘나는 성장하고 있다’(하루로 치면 ‘성장했다’)라는 이분법적 인식(성장했다 안했다로 구분)을 계속해서 심어놓았었고 이것이 나에게 인지부조화를 일으켰다. 성장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고 내가 아는 한도 안에서 내 기준으로 잡아버렸고, 그 기준에 따라 인지적으로 종결해 버린 것 아닐까 싶다. (인지적 종결 욕구가 이게 맞나?)

주니어는 나쁜 것?

하지만 문뜩 내 생각을 돌아봤다. 주니어인 게 어때서? 주니어가 나쁜 거야? 왜? 여기서도 발견했다. 무조건 좋고 나쁨으로 나누려는 내 안에 내제된 심리를. 그러나 말했듯이 모든 것을 옳고 그름으로 나누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다.1 반대로 말했듯 전문가가 좋다고 할 수 없다. 전문가가 되는 것은 좋지만(Good) 전문가가 좋은 것(Wrong의 반대인 Right), 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주니어 시절을 충실히

주니어인게 어때서. 말했듯이 누구나 주니어일 때가 있고, 오히려 이 때를 잘 나야 좋은 시니어, 그리고 좋은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첫 팀장이 알려주신 ‘꼼수는 순간을 모면하고, 정석은 평생을 돌파한다’와 현 팀장이 추천해 준 책 일의 감각 (로저 니본)2에서 말한 ‘도제 시기 때 지루한 일을 시간 낭비라 여기지 않고 몰입하여 전진하라’가 생각이 난다. 그리고 함께 자라기3에서도 2년 차부터는 연차의 의미가 많이 감소한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내가 역량이 높아지고 있는가, 성장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인지적 편향

글을 전개하다 보니 인지적 편향 시리즈의 두 번째 글이 되었는데 또다시 느끼는 것은 ‘너 자신을 알라’라는 문장은 삶을 관통하고 평생 계속해서 알아가야 하는 것 같다. 나 자신을 아는 수준을 높이는 것을 목표할 때 서서히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fluctuate하다가 계기가 생겼을 때 계단식으로 증가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무엇을 할 건데? (실용주의 관점)

내가 지금 주니어라는 것을 인식하고, 연차에 따른 조바심을 느끼지 않되 지금 시기를 잘 지내서 다음 단계인 시니어로 넘어가기 위한 토대를 탄탄하게 쌓자. 구체적으로4

  1. 지금 내가 맡은 일에 대해서 내 역량을 알고(측정, 문제 정의)
  2. 내가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가설)
  3. 실질적으로 필요한 성장에 맞는 지식을 습득하고 경험을 쌓고(실행)
  4. 내가 필요한 성장이 무엇인지 돌아보며(검증) 방향을 조금씩 틀면서 전진해 나간다(수정).